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실미도, 정치적인 이유로 사라진 청춘들

by 파트로파파 2022. 8. 3.

 

제목 : 실미도

장르 : 전쟁, 스릴러, 드라마, 액션

개봉 : 2003년 12월 24일

감독 : 강우석

출연 :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실미도 사건과 684부대

실미도 사건이란 1971년 8월 23일 실미도라는 섬에서 684부대라고 비밀리에 만들어진 특수부대의 부대원들이 무장 탈영한 사건이다. 이들은 북한 침투작전 훈련을 받던 사람들이었는데 너무 가혹한 훈련과 인간답지 못한 대우에 견디지 못하여 탈영한다. 684부대원 23명은 자신들을 훈련시키던 교관들을 살해하고 총과 수류탄을 들고 버스까지 탈취한 후 서울로 진격한다. 군인, 경찰들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이다가 양적, 수적인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684부대원들은 수류탄으로 자폭한다.

 

1.21 사태와 684부대의 창설

684부대의 창설은 1968년에 일어난 1.21 사태가 배경이 되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124부대 군인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해서 박정희 대통령을 사살하려다가 실패한다. 북한 무장공비들은 청와대 바로 앞까지 침투에 성공하였으나 경찰들의 불시검문에 불응하다가 신분이 발각되어 총격전이 벌어졌고 비상경계태세가 내려지게 된다. 군인과 경찰들의 합동 소탕작전이 벌어졌고 31명 중 29명이 사살되었고 1명은 북한으로 다시 도주하고 1명은 생포당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선량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30명이나 사망하고 52명이나 부상을 입는다. 북한은 1.21 사태와 우리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무장공비 31명은 북한에서 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신 인수까지 거부한다. 하지만 생포된 무장공비인 김신조는 박정희 대통령을 제거하러 온 것이 목적이라고 진술한다. 아마 북한에 충성을 다 바친 군인이 대한민군 대통령 제거라는 임무를 받고 목숨을 걸고 침투했지만 버려졌다는 사실에 실망감과 분노에 차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1.21사태의 심각성을 통해 국가안보 우선주의를 발표하며 육군3사관학교, 향토예비군, 전투경찰대를 창설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련 교육까지 실시하고 한 때는 대통령 경호를 목적으로 인왕산, 북한산, 청와대 인근 앞길까지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시켰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역사적 사건은 구조적으로 방어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면 이제는 1.21 사태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한 조치로써 684부대를 창설한다. 1968년 4월 중앙정보부장인 김형욱이 북파를 목적으로 하는 684 특수부대를 만들었다. 1.21 사태 때 침투했던 무장공비와 똑같이 31명으로 구성되었고 이들은 김일성 암살을 목적으로 실미도에서 합숙하여 상상도 하지 못할 가혹한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주요 인물 소개

최재헌(안성기)

684부대원들을 가장 높은 위치에서 통솔하는 공군 특수부대 출신 준위다. 극 중에서 조용하지만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크게 소리치는 모습도 욕을 많이 하는 모습도 볼 수 없으나 북한을 많이 넘나들었던 경험과 관록에서 우러나오는 기세가 684부대원들을 압도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 침투작전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부대를 정리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데 최재헌은 혹독한 훈련을 시키며 동고동락했던 부대원들이 그대로 몰살당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대원들이 사회에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왔던 사람이지만 함께한 전우애는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재헌은 일부러 강인찬(설경구)에게 간부들의 회의를 엿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강인찬은 부대의 전면 해체 소식을 듣게 된다. 최재헌은 684부대원들이 탈출할 때 권총으로 자살한다.

 

조돈일(허준호)

영화에서 조중사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실미도에서 684부대원들을 실질적으로 훈련시키는 간부다. 영화 초반엔 피도 눈물도 없이 훈련시키는 모습을 보이지만 가장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조돈일은 밖에 나가서 부대원들을 위해서 오징어, 사탕 등 군것질 거리들을 사 오기까지 하지만 부대원들이 버스에서 포위당한 모습을 보고 봉지를 떨어뜨리며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인다. 조돈일은 부대가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고 공군본부까지 달려가서 제발 부대 해체를 막아달라고 부대원들을 살려달라고 요청한다. 반란의 막바지쯤에 진압군에게 버스 안 병력들을 자기가 설득해볼 테니 제발 쏘지 말라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버스에서 684부대원들이 들고 있는 수류탄으로 자폭할 때 조돈일의 감정은 극에 달한다. 부대원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면서 오열한다. 만약 조돈일과 684부대원들이 북파 목적의 특수부대가 아닌 일반 군대에서 만났다면 정말 재밌게 군 생활하고 돈독한 전우애가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돈일 같은 사람이 군대에서 권위도 있으면서 병사들을 사랑하고 병사들 또한 가장 잘 따르는 간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ROTC로 육군 포병 장교로 근무했었는데 부대원들에게 엄격하지만 많은 사랑을 줬던 간부로 기억되고 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강인찬(설경구)

684부대원들의 리더 역할을 맡는 인물이다. 사형수 죄를 덮어준다는 조건으로 684부대에 들어오게 된다. 같은 부대원인 한상필(정재영)과 자주 대립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갈수록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며 친구가 된다. 강인찬은 이름답게 누구보다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 적에게 혹시 붙잡히더라도 정보를 발설하지 않는 고문 훈련을 하는데 인두로 살을 지지고 있어도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견딘다. 강인찬은 684부대원들 중 누구보다 더 강인한 군인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규율을 어기고 기강이 풀어져서 간호사를 성폭행한 원희를 자신이 죽여버린다. 백동호 작가의 원작 실미도에선 강인찬 혼자 마지막 반란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영화에선 다 같이 안타깝게도 수류탄으로 자살한다. 강인찬은 최재헌 준위가 가장 전우애가 쌓인 모습을 보여준다. 반란 시작 때 최재헌을 찾아가서 한 대화에서 서로의 뜻을 분명히 읽을 수 있는 대화가 펼쳐진다.

댓글